회로의 침공술

About Project

회로의 침공술 Circuit Invasion은 제작, 놀이, 실험을 주제로 활동하는 릴리쿰이 만들어 가고 있는 진행형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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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의 침공술은 전자 회로라는 기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만날 수 있도록 설계한 키트이자 이를 활용한 아날로그/디지털 게임입니다. 전도성 물질이 다양한 형태로 결합되어 있는 블록과 LED, 배터리, 피에조, 진동모터와 같은 전자 소자가 연결된 블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블록들을 게임의 룰에 따라 쌓고, 잇고, 무너뜨리면서 3차원의 회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타인의 회로에 개입(침공)하기도 하고, 서로의 회로를 연결(연합)하기도 하면서 게임에 참여합니다.

기술이 놀이의 주제가 되어 개인의 삶과 가까워지는 경험들을 발굴해 온 릴리쿰은 이러한 ‘기술 놀이’ 방식이 고도화된 기술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삶에 대한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유의미한 순간들을 쌓아올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회로의 침공술은 사람과 사람이 마주앉아 노는 아날로그 게임, 사물과 가상의 인터페이스가 만나는 디지털 게임으로 경계를 넘나듭니다. 특히 열린 공간에서 펼치는 회로 침공은 게임과 키트라는 미디엄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발생시키고 이 경험을 증폭시키기 위한 실험입니다.

회로의 침공술은 사용자마다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게임의 목표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릴리쿰은 이 기술 놀이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재생산되고 퍼져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About Kit

  |  The beginning

회로의 침공술 키트는 릴리쿰의 많은 콘텐츠가 그렇듯 약간의 게으름과 임기응변에서 탄생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 정확한 날짜는 잊었지만 – 기술로 놀아보는 워크숍 실행일이 얼마 남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원래 우리가 하려고 했던 건 전도성 잉크로 종이에 회로를 그리며 노는 거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구는 상대의 회로를 방해하고, 다른 누구는 방해를 딛고 회로를 완성하는 그림을 그렸죠. 어려울 거 없다고 마음을 놓고 있던 우리는 워크숍을 며칠 앞두고서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한 번 해볼까? 의욕을 내었고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전도성 잉크는 말라야만 전기가 통하는데, 그게 마르는 데 꽤 시간이 걸리더란 말입니다. 삼십 분을 기다려도 손끝에 묻어나오는 잉크를 본 순간 신나게 놀려고 온 사람들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 종이 위의 검은 선이 마르길 묵묵히 기다리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그려졌습니다. 공간을 메우고 있는 침울한 지루함과 주최자를 향한 비난의 눈길은 상상 속에서도 꽤 그럴싸했죠.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전도성을 가진 게 뭐가 있지? 전선, 전도성 실, 전도성 테이프. 전선은 잇는 점을 자유롭게 조절하기 어렵고, 전도성 실은 저항이 높으니 테이프가 낫겠다. 잉크 대신 테이프로 선을 그릴까? 근데 릴리쿰에 있는 테이프는 접착면이 전기가 안 통해. 워크숍 중에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붙여가는 건 어떨까? 선을 긋는 대신 쌓으면서 노는 거야. 괜찮겠다. 그럼 테이프를 어디에 붙이는 게 좋을까?

적합한 재료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우리의 눈에 띈 것은 릴리쿰 선반 구석에 놓여있던 젠가였습니다. 54개의 나무 블록으로 이루어진 젠가. 마구잡이로 쌓으며 놀기에 그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요?

일단 테스트를 위해 하나의 블록에는 LED를, 다른 하나에는 3V짜리 배터리를 붙였습니다. LED와 배터리 홀더의 다리에는 각각 전도성 테이프를 감았죠. 그리고 두 개의 블록을 나란히 붙인 순간, LED에 노란불이 들어왔습니다. 성공이었습니다. 이거면 되겠다! 우리는 유레카를 외치며 기쁨의 어깨춤을 추었습니다.

 

전도성 블록이 한 가지만 있으면 재미없으니까 모양을 다양하게 만들자. 저항도 추가해서! LED에 불만 들어오는 건 시시해. 피에조 블록을 추가해서 시끄러운 소리도 나게 하자. 게임이니까 블록이랑 교환할 수 있는 ‘뽀대’나는 카드도 만들까?

아이디어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우리는 순식간에 게임의 설계를 마쳤습니다.

초기 블록과 카드 :

그 이후의 일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고 쓸 수 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역사는 사실만 기록되어야 하므로 고백하건대, 그 이후의 일들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손으로 두 개의 블록을 나란히 붙이는 것과 아무렇게나 쌓는 것은 매우 달랐기 때문에 우리는 쌓고 잇기만 해도 안정적으로 전기가 통하는 구조를 고민해야 했고, 한 판의 게임을 위해 필요한 블록의 수는 예상보다 꽤 많다는 사실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 짧은 며칠간 우리가 겪었던 실패를 일일이 나열하진 않겠지만, 400개가 넘는 젠가 블록에 전도성 테이프를 두껍게 감는 게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전도성 테이프의 가장자리는 매우 날카로워서 손을 베기 쉽다는 사실도요.

힘겨운 가내수공업의 나날 끝에, 대망의 워크숍 날은 밝았고, 우리는 비는 손 없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세운상가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회로의 침공술, 첫 워크숍의 참여자들을 맞이했죠.

회로의 침공술 첫 워크숍:

회로의 침공술이 꽤 재미있는 키트라는 것을 깨달은 우리는 그날 이후로도 몇 번의 놀이 모임을 더 가졌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게임의 규칙이 몇 번씩이나 바뀌고, 카드는 늘어났다가 다시 줄어들고, 없어졌다가 다시 생겼습니다. 어떤 블록은 아예 게임에서 빠져버리기도 했죠.

요즘 우리는 회로의 침공술을 좀 더 안정적으로, 그리고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는 키트로 만들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성을 유지하면서도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재료를 찾고, 블록 간의 접촉이 더 안정적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놀이 방식에 적합한 블록의 가로, 세로, 높이 비율을 구하고, 게임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 장애물과 규칙을 만들어내고 있죠.

그러한 시도가 유의미한지를 검증하기 위해 몇 번째로 개선한 것인지 모를 키트를 들고 린츠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행사장을 침공하기도 했습니다. 시치미를 뚝 떼고, 마치 초대받은 작가인 양 행사장 한복판에 차린 놀이판엔 금세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는 직접 게임에 참여하기도 했죠. 아주 어린 친구부터 노인까지, 즐겁게 놀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이 연구를 꼭 완성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회로의 침공술 아르스 침공작전 :

그럴싸한 제품으로 나오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기다려보세요. 언젠간 여러분의 탁자에 회로의 침공술이 오를 날이 있을 겁니다. 그냥 멍하니 기다리는 게 싫다면, 게임을 발전시키는 일에 동참할 수도 있습니다. 이 길고 지루한 글을 다 읽으시면 어떻게 동참하실 수 있는지 알게 되실 거예요.

힘내세요, 한 챕터 남았습니다. :)

 

About Game : versions rule

회로의 침공술 키트는 전기가 흐르는 길을 마련하는 전도성 블록과 전기가 흐르지 않는 브레이커 블록, 그리고 배터리, LED, 피에조가 연결된 소자 블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회로가 시작되는 배터리 스테이션과 블록을 교환할 수 있는 카드 세트가 함께 제공됩니다.

(그림이나 사진, 아래에 개수 정보 넣을 것)

배터리 스테이션: 1개, LED: 12개, Piezo: 3개, 진동모터: 3개, 추가 배터리: 1개, 길 (5가지): 각각 10개씩, 총 50개)

  • 회로 블록: – , |, +, =, Breaker
  • 소자 블록: 배터리, LED, 피에조
  • 카드 종류별 이미지

    |침공술의 기본 룰은,

  • 카드를 내고 해당하는 블록을 가져와 자신의 회로판에 놓는다.
  • 브레이커 블록은 상대방의 회로판에 놓아 상대를 방해할 수 있다.
  • 블록을 놓아 LED가 켜지면 승점 1점을 얻고, 피에조가 울리면 상대방의 LED를 뺏을 수 있다.
  • 쇼트를 내면 해당 블록을 제거하고, 승점 1점을 빼앗긴다.
  • 조커 카드를 내면 자신의 회로에서 방해가 되는 블록을 제거할 수 있다.
  • 정해진 승점을 먼저 따는 사람이 승리한다.

  입니다.

처음엔 훨씬 복잡했습니다.

  |  카드

미션 카드가 있었고,

상대방이 피에조를 울리면 패널티 카드를 뽑아야 했죠.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진행 속도를 느리게 만들어 게임을 지루하게 한다는 의견이 많아 게임을 발전시켜가면서 제외하였습니다.

  |  조커

조커는 처음부터 방해되는 블록을 제거하는 카드는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좀 더 강력했죠.

(Breaker와 전도성 테이프)

조커를 내면 자유롭게 전도성 길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제공한 것입니다. 그 결과 어떤 사람들은 굉장히 창의적으로 조커를 활용해 기존의 블록으로는 연결할 수 없는 회로를 만들어 내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조커를 다루는 것을 어려워했습니다.

(온몸이 전도성인 블록)

그래서 다음번엔 아예 강력하게 온몸이 전도성인 블록을 제공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패였습니다. 사람들은 이 강력한 블록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쉽게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두 가지 실험 모두 실패한 즈음, 방해되는 블록을 어떻게든 치우고 싶다는 의견이 많아 이를 받아들여 조커는 무질서한 회로판을 정리하는 정의의 사도로 전락해버리고 말았습니다. Borrrrrrrringgggggg :(

  |  쇼트

회로를 잘못 연결하면 쇼트가 나죠. 배터리에서 나간 전기가 LED나 피에조 같은 부품으로 가지 않고, 쇼트가 난 회로를 따라 가버립니다. 열이 발생하고, 배터리는 빨리 닳습니다. 처음엔 쇼트에 대해 특별한 규칙을 세워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몇몇 사람들이 알아차려 버린 것입니다. 상대방의 회로를 망치는 데엔 브레이커보다 쇼트를 내는 것이 더욱 강력하다는 사실을 말이죠. 쇼트를 내면 절대, 결코, 어떤 방법으로도, LED를 켤 수 없거든요. 그 결과 이기는 것보다 상대를 방해하는 것에 더욱 재미를 느꼈던 플레이어들에 의해 회로의 침공술은 회로의 쇼트술로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쇼트가 난무한 회로판 위에 승자는 없었습니다. 수명을 다한 배터리들만이 서럽게 굴러다녔죠. 상처만 가득한 전쟁이었습니다.

그 전쟁 이후, 우리는 쇼트를 강력히 저지하는 룰을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쓸데없이 수명을 다한 배터리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  소자 블록

처음 우리가 이용했던 소자는 조금 더 다채로웠습니다. 220옴과 10K옴의 저항 소자 블록이 있었고, 배터리 블록이 더 많았죠. 모터 블록도 있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항 블록은 일반 전도성 블록과 큰 차이가 없어 효과가 미미했고, 배터리 블록은 너무나 강력해 경쟁을 시시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모터 블록은 연결되면 마구마구 진동하며 회로를 흩뜨려놓는 걸 기대했었는데, 진동이 약해 우리가 바랐던 드라마틱한 효과는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일에 당신도 참여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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